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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전국 고교생 문학콩쿠르 심사평

등록일 2017-06-07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2309
<시 부문 심사평>   먼저 시상(詩想)을 연결하는 솜씨를 중심으로 40편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이럴 경우에, 인과가 조응하지 않아도 유려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인과의 관계가 잘 맞아 떨어져도 뭔가 툭툭 끊어지는 느낌도 있게 마련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이미 검증된 상태인지 몰라도 시상의 흐름 문제는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었다.   이번 콩쿠르 글제(시)가 ‘서커스단의 마지막 공연’이다. 이 글제가 가지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객관적인 이미저링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제에 참여한 작품들이 대체로 전경후정의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시각적인 이미지들과 이 너머에 놓인 마음속의 세계가 배후에 웅크리고 있다. 객관적인 장면묘사에 고착된 느낌을 주는 아쉬운 작품도 있었지만, 입선된 작품들은 선경후정을 잘 갈무리 하고 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눈앞에 모이는 세계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주목하고 있는 작품을 일단 하나의 장치 내지 선정기준으로 삼았다. 장원 「옥탑방 피날레」는 공사 중 추락 사고를 곡예단의 마지막 공연으로 본 작품이다. 현실로 환원되는 비유의 작동원리가 매우 빛이 나 보인다. 차상 「곡예사」는 상상력의 빼어남이 초고교급의 수준이다. 차하로 입선된 작품 역시 고교생으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곡예사들의 삶의 애환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그려 내고 있다.  
  • 심사위원 송희복(문학평론가,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박형준(시인,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소설 부문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40여 편이었다. 예심을 거친 참가자들답게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았다. 주어진 글제는 “자신이 전생(前生)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짧은 소설을 쓰시오.”였다. ‘전생’이라는 모티프를 현실적, 일상적 사건 속에서 풀어낼 수도 있고, 주인공의 자의식적, 착란적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는 글제였다. 전자의 경우가 다수였다. 심사에서는 미리 준비한 내용에 글제를 어색하게 끼워 맞춘 작품들이 우선 제외되었다. ‘전생’ 모티프가 지나치게 부수적으로만 활용되거나, 다른 모티프와 작위적으로 결합된 경우가 꽤 눈에 띄었다. 이런 글들은 문학 콩쿠르뿐만 아니라 입시 실기고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주의를 요한다. 그 외에는 일반적인 심사의 기준, 즉 문장의 정확성, 감성의 매력, 발상의 창의성, 서사의 완성도 등을 염두에 두고 심사에 임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10여 편의 작품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입상하지 못한 작품들 가운데도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장원으로 선정된 김금비의 「고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고래’의 이미지와 엮어 담담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욕조라는 좁은 공간과 바다라는 광대한 공간의 대비가 돋보였다. 이후 단편소설로 개작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 차상으로 선정된 이지윤의 「캣드림」은 서사의 활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자신의 전생이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풀어내었다. 남자가 실제 고양이의 모습으로 제시되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차하로 선정된 허원준의 「죄와 벌」, 이수안의 「해변의 시계」도 매력적이었다. 화장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화자로 한 「죄와 벌」은 삶과 죽음에 대한 내면적 사유와 함께 감각적인 문장이 돋보였다. 범죄자가 다시 검사로 태어나고 그 이후에 다시 반전이 벌어지는 「해변의 시계」는 서사적 의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글을 쓰는 일은 삶과 세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면적 긴장을 벼리는 일이다. 그것은 짧은 시간에 쉽게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문학 콩쿠르의 참가자들은 아직 고등학생들이다. 부디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과 시야를 갖고 문학의 세계를 대면하시길 바란다. 오늘 참가한 학생들을 언젠가 동국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심사위원 이장욱(소설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손홍규(소설가)
      <수필 부문 심사평>   흔히 ‘수필’을 가리켜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 알고 있으나 수필은 쉽게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수필에 대한 오해는 한자어를 뜻 그대로 해석한 데서 비롯된 것이지만 글자 그대로 붓 가는대로 또는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쓸 수 있는 글이 아닌 것이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주제나 대상에 대한 독특한 느낌과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필도 문학의 한 장르이므로 문학적 표현으로 써야 하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오늘 글제는 ‘내 얼굴’이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차례 거울을 통해 제 얼굴을 보지만 정작 제 얼굴의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깊이 생각해 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내 얼굴’이란 글제를 춘 것을 학생들의 관찰력과 묘사력을 보자는 의도였는데 뜻밖에 많은 학생들이 ‘소설’처럼 글을 썼다. 수필은 소설과 같은 허구(fiction)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글이다. 따라서 본심에서는 이런 수필의 특성에 맞는 글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장원은 ‘얼굴’에 대한 일반적 접근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얼굴에 대한 호오(好惡)의 감정을 담담하면서도 사색의 깊이가 느껴지게 서술했다. 차상 역시 수필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한 글로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주제를 잘 해석한 글이어서 선발했다. 차하 두 편은 소설적 요소가 강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소설적 재능은 더 나아보였으나 이 장르는 수필이어서 차하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 심사위원 장영우(평론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고재석(평론가, 본교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