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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전국 고교생 문학콩쿠르 심사평

등록일 2018-07-12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2579
<운문부 심사평>   이번 시제는 참가한 학생들이 얼마나 일상적인 경험을 새롭게 인식하고 시적인 정서나 이미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하고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상당히 익숙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가방의 내용물에 대한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적 체험도 얼마든지 시적인 소재가 되고 정서적인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번 소재에 함축된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재를 정서화하는 능력에서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평범한 체험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보통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시 속에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백일장 시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번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는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동생 등 가족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이 점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 창작은 이런 실제적인 익숙함을 신선하게 만드는 시각에서 독창성이 얻어지는 분야입니다. 시 속에 등장하는 모든 가족들이 일정한 유형을 지니고 있고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어서는 좋은 시를 쓰기 어렵습니다. 당선작들도 이런 특징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개성과 참신함을 보여 주는 부분이 많았기에 당선작으로 골랐습니다. 최혜나 "수학자의 가방 속에서"는 시 속에 수학자 기호나 공식이 등장하면서도 시적인 맛을 내고, 또 한 인간의 내면과 고뇌를 보여주는 매개로 수학적 용어를 활용한 점이 아주 독창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수학자인 아버지를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에서 지적한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그 인물이 상투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박은선, "도장공"과 이혜린 "쉿 비밀이예요", 김예림 "거짓말의 형태" 등도 상상력과 어법의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극적인 화자의 어법을 사용한 점 등도 역시 각별히 눈에 띄는 점이었습니다. 장원 당선자 최혜나 학생을 비롯한 세 사람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 보냅니다. 그리고 비록 수상의 영예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 문학콩쿠르에 참가한 많은 미래의 시인들에게도 두터운 신뢰와 위로, 그리고 격려의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위원 김춘식(대표작성, 평론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박형준(시인,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산문부 심사평>   60여 편의 작품을 본심에서 만났다. 본심에서 주어진 글제는 “고등학생이 친구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 상황을 모티프로 하고 도서관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산문을 쓰시오.”였다. ‘비밀’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도서관’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을 작품 안에서 단순히 기능적, 도구적으로 소모하지 않으면서 서사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엮어 냈는가가 글제의 포인트였다.   글제에서 주어진 조건이 적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하기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다수의 수준 있는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비밀’의 내용이 가정폭력, 가족사, 성적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 등으로 손쉽게 마무리되는 결말, 미리 준비된 글을 배경만 도서관으로 옮겨 놓아 도서관이 아닌 다른 장소로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을 법한 서사, 상상력은 좋으나 문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 등은 심사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심사에서는 대체로 안정된 문장을 구사하며 제시된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안에서 창의력을 발휘한 작품을 위주로 논의되었다.   장원으로 선정된 박나연의 「겁 많은 토끼를 구슬리는 법」은, 대부분의 작품이 비밀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서사를 진행시킨데 비해, 그 비밀의 내용을 독자에게도 끝내 ‘비밀’로 남겨 놓는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비밀을 독자에게 폭로하는 대신 비밀을 알게 된 직후의 상황에 집중하면서 ‘토끼’로 비유되는, 비밀을 들킨 친구의 불안한 감정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달과 6펜스』를 읽고 있는 장면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잔잔하게 그려내었다. 비밀을 지키겠다는 친구와의 약속을 소설 전체를 통해 지켜냄으로써 ‘비밀’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차상으로 선정된 황지원의 「도서관에서 생긴 일」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눈길을 끌었다.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을 혐오한 나머지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드는 설정, 톡톡 튀는 인물들과 대사에서 10대 특유의 신선하고 발랄한 감성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차하로 선정된 이수련의 「비밀」은 도서관에서 라이트 노벨과 대화를 한다는 장면 설정이 흥미로웠으며 그것이 ‘비밀의 목격’으로 귀결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김고은의 「속」은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등장하는 인물을 현실의 친구와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서사의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제한적 조건에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써 낼 수 있는 순발력이 아니라, 읽고 쓰는 작업을 끈질기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지구력일 것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기를 부탁드린다. 참여해준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이장욱(소설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오수연(드라마 작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위수정(대표작성, 소설가,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