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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제 34회 콩쿠르 수상작(남혜정, 곽상희, 이화진)

등록일 2015-06-26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767
<시부 장원> 하늘 남혜정(이리 남성여고) 외눈만 뜨면 뵈지 않는 것이 정한수 재인 달빛을 눈이 시게 어르다 까치발 딛어 아슬한 하늘……. 오월의 다복한 잔치 마당에 깊은 밤 까망 눈동자 희게 그을려 화창히 일기가 풀리고 노오란 분 냄새  슬하게 돋은 개나리꽃은 아니리 목구멍 치미는 초여름의 더위를 겨우 삼키고서야 연초록 잎새에 진땀이 베이도록 매운 눈을 비벼 보배로운 인내를 닦아내니 연분홍 색시 볼 살며시 붉히는 소박한 꽃이어라 입술로 피고 지는 말이 없어도 온몸으로 닳고 닳은 정한 한마디 젖은 향내로 새기노라면 이슬비 덧신 신고 내리는 햇살이 부산한 나들이 갈 채비로 오색 꿈을 몰아 매끄러운 몸매 늘이는 단잠을 꾸리나니 약속도 기리지 못한 님을 향해 굽이치는 잰 걸음 가리울듯 드리운 이내 진실을 놓아 사뿐이 따를 제오며 님 보시기 좋아라 겨드랑이 가볍게 들려 누비는 춤 사위 다소곳한 모양새로 감추일진대 한 시절 만발하다 시들어 자취 없을 그리움은 아니리 처음 땅이 열리고 풀 뿌리 쓴물 저리고 저민 구리빛 진실을 짙푸름이 새겨 님을 비추오리랄 꿈 길을 걷듯 하늘을 오라 손짓하는 라일락 꽃이여 <소설부 우수 1석> 사진 한 장 곽상희(안양예고) 술냄새다. 엄마는 오늘도 술내를 풍기며 집에 돌아왔다. 하얗게 뜬 얼굴에 실핏줄이 선 눈 때문에 꺼칠한 피부가 도드라져 보였다. “오늘은…… 아무일 없었니 ” 엄마가 현관을 들어서며 늘 묻는 말이다. 나는 비틀대는 엄마를 부축하다가 눈가의 주름을 세어보았다. 동생의 사고 이후로 생기기 시작한 주름이었다. 엄마는 동생 훈재 방으로 발을 향했다. 훈재는 자고 있었다.  별무늬가 그려진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 쓴 채 였다.엄마는 털썩 주저앉아 하루종일 물과 씨름해서 퉁퉁 부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이불을 내려 훈재의 얼굴을 드려다 보았다. 불길이 덮쳐 이그러져버린 동생의 얼굴은 눈을 감아서인지 동화책에 나오는 괴물같은 모습으로 비쳐졌다.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만큼의 크기인 콧구멍 두 개만을 남기고 불에 녹은 코와 틀니를 빼 놓은 노인처럼 입술은 쪼글쪼글 오므라져 있었다. 엄마 눈에는 금새 물기가 고였다. 맨정신으로는 훈재를 못보겠다면서 장사를 마치고 날마다 술을 먹고 오는 엄마였다. “오늘 가게에 다리 아픈 사람이 왔는데…… 써비스 많이 줬다.” 엄마는 조그만 한식집을 하신다. 내가 국민 학교 입학하던 해에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부터 시작한 일이었다. 동생 훈재, 훈석이 5살,3살 때였다. 나나 동생들은 구김없이 자랐다. 특히, 훈재는 성격이 밝아서 어디서건 인기를 독차지 했다. 곱슬머리를 날리며 자전거를 탈 때면 동네 여자아이들이 빼꼼히 대문을 열고 훔쳐보기 일쑤였다. 동그란 눈은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뽀얀 피부는 여자인 나보다도 매끄러웠다. 그의 눈에서 총기가 사라지고 뽀얗던 피부가 번데기 껍질처럼 변한 것은 6년 전이었다. 혼자 집에 있던 그는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 불을 켰다. 순식간이었다 .알롱달롱한 재미로만 가득차 있던 그의 길에 자갈이 깔린 것은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시간과 같았다. 훈재에게서 웃음이 사라지자 집안 구석구석 배어있던 웃음도 점차 사라져갔다. 얼마 전에 그는 가출을 했었다. 집에 있던 비디오를 들고 나갔다. 돌아올 때는 몸이 반쪽으로 말라 있었고, 손에 비디오는 들려있지 않았다. 동생을 봤을 때 가슴 한켠에서 울컥 솟아 오르는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말했다. “왜 들어오니  죽어버리지, 왜 ” 그는 눈을 깔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를 붙들었다. “훈석이만 귀여워하고 살게 ” 내 팔을 물리치고 그는 세게 문을 닫았다. 훈재와 훈석은 어릴 때 사이가 좋았다. 둘 다 기집애처럼 이쁘장해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훈재의 사고가 있은 후로 사람들은 훈재를 꺼려했다.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었지만 그의 손이 닿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면서 뒷걸음을 쳤다. 송충이처럼 붙어있는 손가락이었다. “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어린 훈석의 조그만 입술에서 새어나온 말이었다. 훈재는 동생을 격투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침대에 엎어놓고 밟기도하고  머리를 벽에 내동댕치기도 했다. 웃음대신 집을 메운것은 훈석의 어리광 흐르는 울음이었다. 누나인 나도 훈재와의 접촉이 꺼려지는것은 사실이었다. 동생들을 데리고 영화구경을 갔을 때였다. 오동통한 훈석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유난히  리했다. 훈재는 검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조용히 우리뒤를 따라왔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 우리에게 오는 것 같았다. 햇살은 밝게만 느껴졌다. 그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왜 쳐다봐, 이 새끼야.” 길거리 전화박스 앞에 줄을 서 있던 젊은 사내가 놀란 눈을 떴다.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사내는 동생을 본 것이 아니었다. 훈재는 계속 욕을 내뱉었다. 사내는 동생의 등에 대고 사납게 말을 했다. “병신, 꼴값하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사내의 말은 좁은 골목에 울려퍼졌다. 동생은 모자를 더 깊숙이 눌러썼다. 병원 앞을 지나다가 훈재가 입을 열었다. “사고나고 처음 여기로왔지, 누나” 나는 모자가 만든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그때 죽었으면.” 나는 벌컥 소리를 질렀다. “네가 죽으면 엄마도 우리도 죽어.”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누나…… 예뻐.” 그의 거뭇한 눈가 밑으로 물방울이 맺혔다. 그러나 동생은 계속 삐뚤어져 갔다. 엄마 친구가 번화를 했다. 송수화기 사이로 새어나오는 아줌마의 말이 귓속에서 뱅뱅 맴돌았다. “훈재녀석, 거지애들이랑 다니는 거 아니 ” 아줌마의 목소리는 칼칼했다. “고것들이 오늘 우리집 담을 넘어 들어와서는……, 세상에 훈재가 시켰다지 뭐니, 우리집 털자고.” 손 안에서 송수화기가 미끄러져 내렸다. 나는 성급히 훈재의 방문을 열었다.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고 성냥개비 몇 개가 떨어진 바닥을 지나 갈색 나무책상에 손을 댔다. 만화책들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다. 만화 표지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두 괴물같은 인상의 남자들이었다. 책들을 들춰보다가 빨간 가죽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앨범이었다. 앨범 속의 동생은 생긋생긋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뽀얀 피부에 총기있는 눈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사고 이후 찍은 사진들은 모두 갈기갈기 찢겨 앨범 속을 떠돌고 있었다. 그가 떠도는 것처럼 말이다. 엄마는 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눈에 골이 하나 더 패일 뿐이었다. 한동안 동생은 장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가끔 목을 쥐여 짜는 듯한 찢어진 소리만이 갈색문을 통해 전해져왔다. “오히려 잘됐어, 맛있는 거나 해줘라.” 가게를 나가며 엄마가 던지는 말이었다. “가게에 잘 오는 아가씨가 있는데……, 너무 예쁘더라. 손발을 아예 못쓰거든. 화장도 곱게 하고, 컴퓨터도 배운단다 요즘. 우리 훈재는 언제…….” 엄마는 잠시 허공을 자라보았다. “잘될꺼예요. 걱정마세요.”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들리더니 동생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그는 욕실로 달려갔다.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그를 따랐다. 욕실 바닥에 깨진 거울의 파편들이 힘없이 뒹굴었다. 그의 찢어진 사진처럼 여기저기 떠돌면서 그의 발에 채였다. 훈재의 발바닥에 유리가 박히고 그 사이로 검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현관을 나서다. 고무 슬리퍼를 다시 벗고 뛰어온 엄마는 발을 옮기다 바닥에 미끄러졌다. 흰 양말에 핏물이 배고 펑퍼짐한 고무줄 바지가 쭉 흘러내렸다. “그래, 죽자 죽어. 같이 죽어.” 엄마는 동생을 붙들고 흔들었다. 그는 흐르는 피를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너만 힘드니  나도, 나도…….” 핏물과 눈물이 섞여 욕실은 흐트러졌다. 뚝뚝뚝뚝 수도꼭지에서 물이 떨어졌다. 방울방울 굴러내려오는 맑은 물방울이 동생의 파충류같은 피부에 맺혔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 엄마는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그가 마디마디 붙은 송충이 손을 내밀었다. “훈재야 …….” 엄마의 거친 손이 그의 손과 겹쳐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와 엄마와 동생을 끌어안았다. 소가 후라이팬을 들고 서있는 핑크색 바탕의 간판이 보였다. 간판을 바꿔야겠다는 엄마의 말에 동생이 제안한 모양새였다. 바깥에 썬팅이 되어있어 가게 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가자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코로 스며들었다. 엄마는 주인인데도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큼직한 농구화를 벗어던지고 가겟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한구석에서 식사를 하던 단발머리 여자가 그를 쳐다보았다. 입가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엄마가 물기묻은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주방에서 나왔다. “우리 큰아들이예요.” 엄마 손에는 동생의 머리가 닿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많이 자랐다. 아가씨가 굽어 오므라진 팔을 휘둘러 동생을 불렀다. 그녀는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고운 분이 칠해져 있었다. “이전에 스키캠프하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 훈재는 동그랗게 눈을 떠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갖고 그에게 말했다. “누나는 다리는 못쓰지만 스키는 선수급이란다.” 그는 이식수술을 받느라 깍게되어 빡빡이 인 머리를 더듬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저 운동 정말 잘해요.” 그의 말에 그녀는 무릎을 굽혀 그 힘으로 일어서며 말했다. “네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동생은 그녀를 벌떡 들어 가게 한쪽 자리에 서있는 휠체어로 옮겨주었다. 엄마는 꽃무늬 앞치마를 들어 눈을 닦고는 싱긋 웃었다. 흰색 도자기 화병에 꽃힌 장미꽃은 입을 크게 벌려 밝은 빛을 더해주었다. <수필부 장원> 눈썹 이화진(서산여고) “야, 너 니 필통을 좀 살펴봐.” “왜 ” “우리반에 도둑 들어 왔었나봐.” “그래 ” 5교시 가사 실습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 보니 모든 반 아이들이 계속 욕을 하면서 각자 가방을 살피느라 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교실을 비운 사이 누군가 들어와 아이들의 필통을 뒤져 펜을 몇 개씩 가져갔다는 것이다. 나는 참고서를 사려고했던 3만원부터찾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대로였다. 필통속의 샤프심 하나까지도 그대로였다. “난 괜찮은데 ” “어떤 인간이야  치사하게 돈은 그대로구 펜만 가져갔어.” 그날 하교길에 친구와 내내 그 치사한 도둑에 대해 생각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분실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기에 그 도둑을 이해했다. 언젠가 고3 언니가 그랬었다. 시험 때가 오면 신경이 예민해져 심하면 도벽까지 생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그래서 나는 너무나 고달픈 입시준비에 심각한 정신병에 걸린 한국의 고등학생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었다. 한동안 분에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