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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제 35회 콩쿠르 수상작(이영환, 곽승경, 황인섭)

등록일 2015-06-26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887
<시부 장원> 항아리 이영환(창원고) 배가 불러요 배가 불러요 내 속엔 공허한 세상이 들어 있어요 간지러워요 간지러워요 향긋한 봄바람이 나를 으쓱으쓱 해요 별이 오르고 내리고 이제는 신비로 가득찬 내 어둠 속에 이슬이 스미고 어느날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내 캄캄한 세상에 놀러 왔어요 그 청개구리는 나를 위해 푸른 흙이 되어 주었고 내 공허한 세상엔 작은 쥐며느리가 초원을 꿈꾸고 있어요 <소설부 우수 1석> 눈빛 곽승경(안양예고) 8시 40분. 9회말 현재 영대영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한참 재미있게 보던 야구 중계에서 눈을 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나가야만 딸애를 제시간에 도서실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리모콘을 집어 들었다. 부엌에서 아내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들고 나오자 채널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tv속의 여자 주인공은 울고 있었다. “얼른 가요. 기지배, 또 성질 부리면 어떡하려고.” 아내는 채널을 바꿔 버린 것이 미안한지 한마디 했다. “갔다 올게.” 아내는 벌써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손 끝으로 눈물을 찍어내느라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열쇠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왔다. 칼날같은 바람이 옷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마치 어제 딸아이의 눈빛처럼 찼다. 아빠 직업을 조사했다던 학교에서 트럭을 운전하는 아빠를 말하기가 창피했다면서 딸아이는 불평을 했다. 다음부터는 학교 앞에 트럭을 세워놓고 기다리지 말라는 딸아이의 눈빛은 불고있는 바람처럼 싸늘했다. 유난히 더 초라해 보이는 트럭문을 열기가 망설여졌다. 부숴져 내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차를 몰고 도로로 나왔다. 라디오를 켜자 딸아이가 맞추어 놓은 채널에서 스무살 남짓한 목소리의 남자가 편지를 읽고 있었다. 약 중계를 하는 곳이 있나 싶어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야구 중계는 벌써 끝이 났는지 나오지 않았다. 여기 저기 서 나오는 음악을 피해 채널을 돌리다 보니 뉴스가 흘러나왔다.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둥, 교육비 문제가 어떻다는 둥,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노란불이 깜빡거리다가 신호가 바뀌었다. 옆 차선을 지나던 차는, 차 꽁무니를 보이며 서둘러 횡단 보도를 지나쳤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낮 2시경 서울 상계동 ‘건강 흑염소’ 집에서 백사 항아리 뚜껑이 열려 이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오늘 우리집에 올 수 있나 ” 흰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다. “모른다.” 나는 구멍난 양말 틈새로 죽 삐져나온 왼쪽발가락을 오른발로 얼른 가렸다. “와  그라지 말고 니도 가자.” 아이는 흰 실내화를 신은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다시 말했다. “내도 모르겠다 안카나!” 책상을 밀어내며 교실 밖으로 뛰어 나왔다. 뒷문을 지나치며 교실 안을 힐끗 돌아다보았다. 무안을 당한 아이의 눈에 물기가 스쳤다. 아이는 하나로 묶은 긴 머리채를 출렁이며 돌아섰다. 뒷모습 만큼이나 단정한 실내화 뒤꿈치가 보였다. 그제서야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신을 꺾어 신고 운동장으로 내달렸다. 뿌연 먼지가 신발에 내려 앉았다. 철봉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을 가로질러 등나무 그늘가로 갔다. 나는 그늘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고 땅을 찍찍 그어댔다. 흙바닥이 파헤쳐져 들보리가 드러났다. 발로 땅을 쓱 문지르고 낙서를 시작했다. 그려놓고 그 위에 거꾸로 된 삼각형을 다시 그려 별을 만들었다. 삐뚤게 그려진 별 속에 풀기어린 아이의 눈빛이 떠올랐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어제 일이 생각났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소희에게 생일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숙제도 다 해놓고 세수까지 깨끗하게 했다. 마루턱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는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어 바지를 탁탁 털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엄마의 한쪽 옆구리에 상추가 가득 담긴 광주리가 들려 있었다. “엄마!” “와 ” 엄마는 광주리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얼른 부엌에 가져다 놓았다. 엄마는 이상하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 내일 생일 초대 받았다 아이가.” 손을 씻는 엄마에게 얘기를 꺼냈다. 엄마는 물만 퍼 낼 뿐, 대답이 없었다. “그란데, 선물 사가야 안하겠나 ” 엄마는 요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 돈 점 둬.” “치워라 마.” 엄마는 내민 내 손을 뿌리쳤다. 나는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돈을 달라고 [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댔다. “그냥 가서 얻어 묵고 온나.” 졸졸 따라다니는 내가 귀찮은지 엄마는 대꾸해 주었다. “다른 아들은 다 선물 갖고 오는데, 내만 어떻게 그냥 가나 ” “사내 자슥이 가스나 꽁무니나 따라 댕기나 ”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내 머리를 쥐어 박았다. 눈물이 났다. 소희 생일에 꼭 가고 싶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반 아이들은 소희네 집에 간다며 법석을 떨었다. “야! 니 와 청소 안하는데 ” “미,미안해. 하,하면 되잖아.” 멍하게 서있는 진철이에게 화풀이를 했다. 좀 모자라는 진철이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허둥지둥 했다. 진철이는 소희에게 준다며 꼬깃꼬깃한 신문지로 둘둘 말은 공책 두권을 껴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화가 치밀었다. 저런 멍청한 자식도 선물을 가지고 소희네 집에 가는데 그렇지 못한 내 처지에 화가 났다.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소희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뒷머리를 바싹 치켜 잘라 목덜미가 푸르스름한 다른 여자애들에 비하면 소희는 ㄹ참 예뻤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싹 쓸어넘겨 하나로 묶거나 땋고 다녔다. 쌍커풀도 없고, 크지도 않은 눈이었지만 그 아이의 눈은 참 예뻤다. 적어도 내 눈에는……. “용호야, 니 학교 안가나 ” 어젯밤 심통이 나서 이불을 머리까지 쓰고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었나 보다. “일어났심니더.” 대충 물만 묻혀 세수를 ?다. 감은지 오래되서인지 안그래도 짧은 머리가 왼쪽으로 붙어있었다. 가방을 챙겨들고 머리를 털며 학교로 행했다. 교실에 들어서니 짝 진철이가 벌ㅆ 와 있었다. “어제, 소, 소희네서 어, 억수로 많이 먹었다 아이가.” 눈치 없는 녀석은 난생 처음으로 케익을 먹어 봤다는 둥, 소희네 집이 어떻다는 둥 더듬거리며 자랑을 했다. 기분이 다시 엉망이 되었다.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밀고 당겨가며 교실을 빠져 나갔다. 다른날 같으면 나도 그??을 터였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시무룩하게 교실을 나서는 나를 선생님께서 부르셨다. “용호, 무슨 고민있니 ” 선생님은 내 두 손을 꼭 쥐었다. 때가 낀 손톱이 부끄러웠다. “아닙니더.” 나는 손을 빼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구나. 좀 웃어야지.” “야, 그런데 와 부르셨어예 ” “응, 다른게 아니라 넌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데 음악이 좀 부족하지 ” 창피해서 숨고만 싶었다. 저번 가창 시험때, 박자를 다 틀려가며 노래를 불러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말인데, 탬버린으로 박자를 맞추거나 하는 것, 소희한테 배워보면 어떨까  소흰 그런 것 잘하니까 말이야.” “태, 탬버린예 ” “탬버린, 왜 있잖아. 저번에 소희가 들고 나와 했던거.” 나는 슬쩍 소희 자리를 쳐다 보았다. 소희는 아직 교실에 남아 있었다. 창피했다. 탬버린도 모른다고 하다니, 빨개진 얼굴과 귀를 소희가 볼까봐 고개를 푹 숙였다. 내일부터 남아서 연습을 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소희도 함께였다. 시간이 꽤 지났는지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옆에서 소희가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눈을 꼭 감고 달리고 싶었다. 지저분한 내 머리가 창피했다.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너 어디로 가니 ” 또랑또랑한 서울말이다. 아이의 눈은 웃고 있었다. 큰길로 가면 읍내고, 샛길로 가면 우리집이다. 나는 턱으로 큰길을 가리켰다. 소희의 집이 읍내 쪽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함께 걸었지만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읍내에서 제일 큰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그 가게는 엄마가, 또 동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이었다. 개를 잡고, 염소며 뱀을 잡아 판다는 집. 나는 그런 것보다도 코를 ‘쏴아’하고 찌르는 그 냄새가 싫어 그 앞을 다니기 싫어했다. “니, 여기서 뭐 허는지 아나 ” 소희는 대답없이 나를 쳐다보   다. “울 엄마가 그라는데 이집 아주 몬쓴다카더라. 개를 쳐 죽이고 염소 새깽이도 잡는다 안카나. 또 비암도 있다.” 나는 그렇게 떠들고는 이 집 앞을 지날 때 코를 막고 뛴다는 얘기며 애들도 여기다 침을 뱉는다는 얘기, 혹시 이 집에 애가 있다면 짱돌을 집어 던질 거라는 얘기까지 했다. 소희의 맑은 눈에 구름이 스쳤다. 아이의 눈빛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빛이었다. 그렇게 나를 쳐다보던 아이는 내 손에 바나나 한 개를 쥐어 주고는 뛰어가버렸다.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소희가 준 바나나가 나를 위로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소희가 준 바나나를 숨겼다. 혹시라도 동생이 본다면 먹어 버릴까봐서 였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어느 장날 이었다. 읍내 그 재수없는 뱀탕집에서 뱀 항아리 뚜껑이 열렸다는 거였다. 온 마을이 술렁거렸다. 그 소동이 있은 후 소희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소희가 뱀에 물렸을까 걱정이 되었다. “야야! 용호야, 니 그거아나  읍내에 뱀탕집 말이다. 소희가 그 집 딸이라 안카나. 깜박 속았제. 그 가스나한테, 그 집 식구들 밤에 튀었다지 아마…….” 진철이가 들려준 얘기였다. 더듬지도 않고 말이다.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침을 뱉었던 내 모습과, 아이의 눈빛, 그 눈빛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 후로 나는 읍내에 나갈 수 없었다. 바나나는 완전히 썩어 버렸다. “아! 안가요.” 클랙숀을 울리며 뒷차가 소리쳤다. 라디오 뉴스도 이미 끝나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무슨 첫사랑의 느낌이라는 화장품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어느새 신호가 바뀌어 있었다. 스테레오 옆에 시계엔 8시 57분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딸애는 이제 교실에서 나올 것이다. 나는 이제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나를 괴롭게 했던 딸애의 눈빛을 생각하며 말이다. 그 때, 썩어버린 바나나처럼 멍이 들었을 아이의 마음도 함께 생각하면서. <수필부 장원> 섬 황인섭(동대부고) “어머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인섭아, 차 조심해라. 길에서 책보지 말구.” 나를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나는 가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의 푸른 정원을 가로질러 모퉁이를 돌면 늘 아침마다 보는 모습이 나온다. 나는 이것을 보고 싶어 일부러 20분 일찍 집에서 나온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어떤 아저씨의 모습이다. 1년쯤부터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무심코 지나갔으나 아침마다 보는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 지켜보게 되었다. 낡고 꾀죄죄한 남방에 다리 밑까지 끌리는 검은색 바지, 손에는 하얀 장갑을 끼고 리어카에 한 개, 두 개씩 연탄을 부지런히 싣는다. 입은 평생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다물어져 있고 눈은 초점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게 흐리멍텅하게 떠져있다. 얼굴전체에는 연탄가루를 가득 묻혀 새까맣다. 벗겨진 이마 사이에는 땀방울이 흐르지만 닦지도 않고 계속 일한다. 이모 말에 의하면 “우리 아파트 뒤 후문에 분식집이 있고 그 옆에 연탄가게 있잖아. 거기에 지금 일하는 대머리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가 지능이 약간 정상인보다 모자란데 원래는 엄마랑 둘이 가난한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단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아파서 죽었어. 그래서 갈데없는 그 아저씨가 불쌍해 연탄가게 주인이 데려왔단다.” 그런 아저씨를 볼 때마다 나는 섬이 연상된다. 육지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고독한 섬, 예쁜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도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피는 온갖 아름다운 꽃이나 향기로운 풀도 없는 그런 고독한 섬이 생각된다. 거친 파도 물결이 와서 섬을 쳐도 섬은 아무말 못하고 가만히 있듯 그 아저씨도 아이들이 와서 “바보, 바보야.” 하고 놀려도 아무말 못하고 가만히 일만 한다. 나는 그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화내어 야단쳐 주기를 바라지만 섬같이 역시 가만히 있는다. 주위의 어른들은 그냥 힐끔 보고만 지나친다. 나는 어떤 때는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쫓아 버린다. 그런 후 아저씨의 표정은 볼 수 없지만 마음속에 있는 아저씨의 섬은 더욱 더 고독하고 쓸쓸해지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TV에서 보면 장애인 농구시합도 하고 장애인에 관해 무관심한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야단쳐서 쫓아 보내주고 아저씨를 도와주는 마음이 있다면 그 아저씨의 마음의 섬도 그렇게 쓸쓸하고 고독하지만은 않을텐데 ……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저씨의 섬에 더도 말고 한 그루씩만 나무를 심어 준다면 푸르고, 열매가 가득 달려있으며 향기가 나는 그런 아름다운 섬이 될 것이다. 나도 함께 아저씨의 섬에 오렌지 과일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학교로 갔다. 다음날 아침 또, 계단을 내려가 아파트 정원을 가로질러 모퉁이를 돌았다. ‘아저씨의 고독한 섬이 또 보이겠지…….’ 하지만 나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아저씨 옆에 누군가 있   다. 젊어 보이는 아저씨인데 약간 누렇고 지저?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