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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전국 고교생 문학콩쿠르 심사평

등록일 2019-06-10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2821
<운문부 심사평>   시제인 ‘심야 버스에서 본 거리’에 대해 운문부 본선 진출자들은 각양각색의 시적 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러분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귀가하기 위해 심야 버스를 탄 경험과 그런 버스를 타고 거리를 내다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심야 버스에서 내다 본 거리에는 학생들 각 개인의 고민과 불안과 함께 밤의 풍경 속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려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심야 버스와 거리에서 해석해낸 것은 단순히 운전을 하는 버스 기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안과 꿈을 투영하는 각가지의 모습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띈 것은 ‘유령’의 모습과 ‘시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유령이 여러분의 불안감을 표상하는 것이라면, 시인은 심야 버스와 거리의 관계를 응시하며 자기 나름의 꿈을 그려보는 존재라고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가족의 이야기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것이 많았지만, 가족 중에서 특히 동생의 모습을 심야 버스의 공간에 등장시킨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연령대가 비슷하면서도 보살펴야 할 대상으로 동생이 등장하는 것은 여러분 나름대로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자세로 여겨졌습니다. 심야 버스의 공간이 불안의 공간, 몽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아울러 세상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거리의 상상력으로 나타낸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뻔한 시적 전개가 아닌 여러분 나름의 고민과 꿈을 다양한 언어의 흐름으로, 여러분이 느낀 각자의 시적 언어로 표현한 것이 좋았습니다. 수상작은 여러분의 고민과 꿈이 지닌 진실성과 그것을 형상화하는 시적 언어의 개성에 초점을 두고 선정하였습니다. 운문부 장원인 한채연(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의 「흑백도시엔 노란 버스가」는 다양한 어조의 변화를 십분 활용하면서 시적 풍경을 구축하는 이미지의 배치와 노련한 언어 운용의 솜씨가 돋보입니다. 종점을 향해 가는 자정의 버스 속 풍경을 통해 기성세대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이 겪는 불안감을 긴장감 넘치게 형상화했습니다. 차상으로 선정된 윤채은(보정고등학교 3학년)의 「어린 시인의 거리」는 어린 시인의 상상력으로 밤의 거리에 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순정성과 맑은 언어들이 매력적입니다. 차하인 박태현(운양고등학교 3학년)의 「눈 감은 거리」에 나타난 ‘귀신’의 이미지는 현대인의 불안심리를 엮어낸 설화입니다. 차하인 유승채(송원여자고등학교 3학년)의 「이번 정류소는 심해입니다」는 심해에서 나는 니코틴 맛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이 맑게 다가옵니다. 수상을 한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수상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진심을 담아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심사위원 이장욱(시인·소설가,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박형준(대표작성, 시인, 본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   <산문부 심사평>   제57회 고교생 문학콩쿠르 산문부 과제는 "꿈과 현실의 문졔"를 "백화점, 동물원, 기차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배경으로 하여 사건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이 과제는 에세이나 드라마보다 소설에 적합한 것이어서 참가한 학생 모두가 소설을 제출했다. 소설이 꿈과 현실의 경계를 다루는 장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한다. 입시나 문학콩쿠르 심사에서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짧은 시간에 글을 써야 하는 조건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생들이 상상력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주어진 과제를 충분히 생각하여 나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빚어내기보다 과제를 처리하기에 급급하다보니 누구나 생각함직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그쳐 도발적이고 참신한 상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백일장 본선에 진출한 학생들치고는 뜻밖에도 어휘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문장도 정확하지 못해 아름답고 품격있는 문장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심사에서 가장 주의깊게 본 것은, 주어진 과제를 얼마나 충실히 이해하고 소화하였나, 문장은 정확하며 비유직인 표현을 쓰려 노력하였나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그 결과 심사위원은 장원작을 뽑는 데 흔쾌히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나머지 작품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약간 달랐으나 큰 의견차는 없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참가한 모든 학생들에게도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고, 열심히 고치기를 계속할 것을 권한다. 심사위원 장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