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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낙주 / 김주면

등록일 2026-10-06 작성자 학과 관리자 조회 69

내가 기억하는 낙주

김주면(고등학교 친구, 미국 거주)

 

아직은 솜털이 보송하고 볼이 발그레한 17살에 낙주를 만났다.

한문으로 적힌 출석부에서 낙주 이름의 투구 주(宙)를 제대로 읽는 선생님이 드물었다.

폴 앵카, 엘비스 프레슬리, 유치환, 안다성을 낙주를 통해 들었다.

어른스럽다는 표현보다는 또래 아이들과는 사고의 공간이 달랐다.

10월유신, 삼선개헌을 덕분에 덩달아 광분하고 안타까워했다.

계곡으로 흐르는 시냇물 그 위에 걸친 다리를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을 한 점 받았다.

놀라웠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대단한 친구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출판되거나 큰 사건이 생기면 가끔씩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부시, 김정일, 트럼프를 언급하고 특유의 껄껄웃음을 남겼다.

석굴암, 석가탑, 다보탑, 에밀레종에 몰두하고 돈하고는 거리가 먼 책에 매달리며 기성 사학에 맞서 자신의 학설을 정립해 나가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뒷산 단풍이 고운 날 낙주 전화가 왔다.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시경의 전화였다.

무엇이 급해 그리 일찍 갔는가.

그토록 의욕과 정열이 넘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물을 일찍 데리고 간

나의 하나님을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