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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제 6회 콩쿠르 수상작(손종호, 박남준, 박영옥)

등록일 2015-06-26 작성자 학과관리자 조회 980
<시부 장원> 음악 손종호(대전상고) 1. 빗장을 열면 바다가 물결치는 환한 가슴폭(輻) 먼 태초의 성벽이 땅 밑을 수맥으로 흐르다가 생동하는 나무의 푸른 줄기를 타고 흐르다가 그 싱싱한 체취와 그 오묘한 깊이의 화음으로 항시 불안과 쓰디쓴 여수와 더 오래고 아픈 번민의 가슴에 흘러들어와 목숨의 맨 안쪽을 깨무는 신선한 아픔이여 2. 너의 아름다운 통찰에 젖어 잎새들은 가만 가만 경건한 기도로 아침을 열고 다시 높으신 이의 질서를 위해 알맞은 음계로 자라오르고 나는 언제부터 가난한 이웃이 되어 긴 희구의 꿈에 타오르고 있는가. 너의 실체는 고요한 별의 속삭임이 들리듯 영혼이 비추이는 샘물의 맑은 얼굴인가. 아니면 산마루에서 꽃을 흔드는 소녀. 흐르는 바람 소리 물 소리 가장 이룰 수 없는 원숙한 평화여. 3. 오늘도 초원 위에 지난 겨울의 때묻음을 말끔히 털어낸 뒤 나부끼는 보리 밭 이랑마다에 꽃씨를 심는 마음으로 걷다가 이제 너의 푸른 가슴속에 전신을 적시고 살아있는 생명의 줄기찬 후광을 내가 탄주한다. <소설부 장원> 우정 박남준(성신여고) 파아란 하늘이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빠끔히 열려 있다. 경이는 아까부터 텅 빈 교실 한구석에서 무엇인지 썼다가는 찢어 버리고 또 다시 쓰는 것을 되풀이 한다. 책상위엔 구겨진 휴지 조각들이 휴지 조각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에이, 걔 아니면 친구가 없는가베, 나도 친구는 많단말여. 그만 둘까부다.)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자꾸만 경이의 마음을 괴롭히지만, 경이의 손은 또 재빨리 종이위로 간다.첫 강의 지리한 수학시간을 끝 맺고 쉬는 시간을 알리는 두부종이 요란히 울린다. 저쪽 편의 미애를 보니 자리는 뜨지않고 엉킨 털실을 열심히 풀고 있다. 아마도 오늘 수예시간에 손가방을 뜰실인가 보다. (그 궁뎅이 정말 되게 무겁네. 은제 변소에 가려구 저러지  씽. 오늘도 못주겠구만.) 반에서 호박이라고 불리우는 경이의 땡그란 얼굴에 울컥 화가 치민다. 서울에서 새로 편입해 온 미애가 어쩐지 경이는 사귀고 싶었던 것이다. 벌써 며칠 번머니에 넣고 다니며 망설이던 편지에는 경이의 땀이 밴 손때가 까맣게 묻어있다. 변소에 가면 쫓아가서 주련느 경이의 애타는 마음을 미애는 어쩌면 그렇게도 몰라 줄까. 야속하기만 하다. 생전 물이란 것은 먹지도 않는지 변소에 가는 적이 별로 없다. 가늘게 째진 미애의 눈이 점점 그 윤곽을 잃어가는 졸리운 오후. 창 너머로 훤히 보이는 아스팔트 거리로 크게 하품을 하는 듯 하다. "강미애!" 아까부터 눈에 불을 켜고, 누군지 무섭게 노려보던 쥐방울 선생이, 드디어 탁한 목소리로 조용한 교실을 흔들자 꾸벅꾸벅 졸고 있던 미애는 깜짝 놀라 토끼눈을 해 가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 선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조냐  그 쬐그만 눈이 아주 없어지면 우쩔려고……." 한쪽으로 몰린 시골 아이들의 눈망울들이 한꺼번에 폭소를 터뜨린다. 파랗게 보이는 칠판 위엔 어느새 허연 백묵글씨로 가득 차 꿈틀거린다. 얼굴이 빨개가지고 고개를 떨구는 미애가 어쩐지 딱한 생각이 들은 경이는 소리를 꽥 질렀다. "선상님이여! 좀 날씨가 더워서 그라는디 뭘그러시기요. 좀 봐 주이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자신도 모를 지경이다. 쥐방울의 심술턱이 웃을 듯 말 듯 씰룩 거리더니, 이내 까만 눈썹을 무섭게 치뜨면서 소리를 지른다. "뭐라꼬! 선상님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여. 고얀 놈 같으니…… 너희 둘은 다 복도에 나가서 바깥이나 감상햇!" 떠들썩하던 교실이 갑자기 잠잠해진다. (이거 잘 됐구만 그려. 히히, 이럴 때 편지를 주지 은제줘.) 미애와 나란히 벌을 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다 떨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면서 경이는 태연하게 복도로 나간다. (아이, 챙피해. 쟨 어쩜 저렇게도 비위가 좋을까.) 가득 들은 눈물을 삼키려고 애를 쓰며 미애는 억지로 낭하로 나왔다. 자기들만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얄밉기까지 하다. 저쪽에서 쭈그리고 서있는 경이가 기다렸다는 듯 능글맞은 웃음을 던진다. "얘……, 내옆에 스거레이. 우리 더운데 얘기나 하쟤." 경이가 치맛자락을 끄는 바람에, 미애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경이의 옆에 선다. 아직도 시간이 끝나려면 멀었나보다. 교실에선 가끔가다가 아이들의 합창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와 고막을 울린다. "난 졸려서 혼났데이. 니도 그렇재  저놈의 쥐방울 선생 꼴도 보기 싫데이." 때묻은 경이의 손이 슬그머니 미애의 손을 꼭 잡는다. 경이의 손이 뜨거워서인지, 미애의 손은 유난히도 차가운 것같다. 미애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경의의 빨개진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어쩐지 마음이 흐뭇하다. 가끔 가다 애들을 잘 웃기는 경이가 처음부터 좋았는지도 모른다고 미애는 생각 해본다. 주머니 속에 들어간 경이의 손이 자꾸 움직이는 걸 보면 무엇을 꺼내려고 망설이는 것 같다. "내가 말여, 이편질 줄 테니까 이따가 변소에 가서, 너만 봐야 한 대이." 며칠간을 주머니에서 지낸 편지가 오랜만에 주인을 찾는 반가운 광경이다. 새카만 때도 아랑곳 없이 미애는 속의 내용이 궁금하기만 하다. 다시 경이는 주머니속에서 까맣게 그을린 누릉겡이를 꺼내더니 "딱!" 소리를 내면서 반으로 가른다. "이거 묵으라. 고소 할끼다. 히히ㅡ." 미애의 입에 누릉겡이 한 조각이 들어 가면서, 고소한 맛이 고른 치아 속으로 스며 든다. 볼을 재빨리 움직이며 맛있게 먹는 경이를 보면 누구든지 군침을 삼킬만 하다. 요란한 종소리가 노오랗게 졸고있는 오후를 깨워 준다. 교실문이 삐꺽 열리며, 방울 선생이 요란하게 슬리퍼를 끌며 둘 앞으로 다가선다. "니네들, 내가 마음이 좋아 특별히 봐준데이. 다음부턴 절대 조심해. 알았재 " 허연 침이 마구 미애의 머리카락에 이슬처럼 매달린다. 키 큰 소나무가 열을 지은 노오란 황토길을 걷고있는 미애의 입가에선 자꾸만 자꾸만 기쁜 웃음이 흐른다. 이마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도 느끼지 못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아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 해본다. "미애야, 난 네가 참 좋아. 나 너랑 사귀어도 되겠지. 우리 앞으로 영원한 친구가 되자. 네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비록 내 얼굴이 못난이 같기는 해도 사귀어 보면 그렇지도 않아. 미애야! 우리 앞으로 진실한 우정을 나누자." 코를 찌르는 변소의 고약한 냄새도 아랑곳없이 기쁜 가슴을 억누를길 없어 연방 웃던 편지의 내용. (나는 이제 다정한 친구가 하나 생겼어. 앞으로 진실한 우정을 나누어야지. 경인 참 좋은 애야.) 동전처럼 동그란 경이의 익살스런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멀리서 경이가 미애를 부르는 것만 같아, 지나온 산길을 몇번이나 뒤돌아 보았는지 모른다. 어디선지 알 수 없는 새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수필부 장원> 돌 박영옥(충남고) 하필 주어진 제목이 돌일까  돌 중에서도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나는 깊은 산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벼랑을 이루다싶이 놓여 있는 바위돌을 들고 싶다. 바위ㅡ 하면 왠지 묵직한 안정감이 찾아든다. 어쩜 그것은 돌의 묵묵함과 무게에서 오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근자에는 그 바위돌의 일편을 캐내어 마당귀나 혹은 정원에 놓고, 물을 주고 이끼가 자라게 하여 운치있는 풍경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한가하고 여백있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의 흐뭇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기사 금강석이나 루비, 사파이어도 돌이긴 하지만 역시 돌의 제멋이란 한적한 오솔길 사이에 아무렇게나 자연 그대로 놓여져 있어서 피곤에 지친 행인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거나 다람쥐들이 뜀박질을 할 수 있는 자연속에 있는 것 이래야 제멋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해 전에 학교에서 속리사로 가을소풍을 간 일이 있다. 그 때 미륵불의 왼쪽으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깍아지른 듯 도사린 바위를 보고 감탄한 일이 있다. 백 육십센티가량의 내 키보다 서너 배는 넉히 될 수 있는 높이였는데 그 바위 위는 묘한 바위들이 엉겨붙어 묘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더욱이 나의 눈을 자극한 것은 그 험한 돌의 사이에서 자란 한그루의 소나무였다. 비록 크고 굵게는 자라지 못했으나 돌에서 자란 이 보잘 것 없는 소나무가 나에게는 어쩌면 그렇게 대견스럽고 신기하게 보여졌는지 모른다. 그러구 보면 돌은 어쩜 생명을 기르는 힘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딱딱한 속에서 어쩌면 그런 생명의 꽃이 필까  나는 한동안을 움직일 줄 모르고 서 있었다. 그 바위돌이 땅 위로 솟아 나오기까지는 지하에서 얼마나 고된 진통을 겪었을까  실로 바위들은 무한한 고통과 진통을 겪다가 드디어는 땅 위로 폭발되어 솟은 것이니 그래서 더욱 사람들은 바위의 의지를 또는 묵묵한 침묵을 높이 사주기 위해서 그에 대한 시를 읊고 가사를 짓는지도 모를 일이다. 바위들은 굳센 의지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리는 흔히 도를 닦는다, 참선을 한다고들 하지만 꼭 참선의 경지에 들고 싶은 이는 심심산곡으로 들어가보라. 거기서 그대는 참선의 경지에서 한치도 뒤지지 않고 천년을 살아온 돌앞에 설수 있을 지니, 아마도 그대는 거기서 깊은 참선의 경지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햇볕 아래 서 있으라면 우리는 단 오분도 못되어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위돌은 그 볕을 온종일 받아들여 자신을 활활 태우고, 그리고는 식혀버리고, 이짓을 반복한다. 마치 숙명인양ㅡ. 우리 사람들에게도 마음 속에 돌의 의지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쉬이 마음이 동요하거나 혹은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될 것이다. 그 돌도 하찮은 자갈이나 모래 같은 것 보다는 묵직하고 큼직한 바위돌ㅡ그런 것이래야 할 것 같다. 쉬이 마음에 동요가 일고 변하기 쉬운 사람ㅡ. 이런 사람에게는 나는 돌의 심장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하여 굳센 의지와 침묵을, 그리고 담담한 그의 상태를 우리들 모두가 배워야 할 것 같다.